세특에 넣을 책을 찾고 있을 겁니다. 간호학과 지망생용 추천 목록은 많은데, 막상 책을 펼치면 어디서 탐구 주제를 꺼내야 할지 막막할 때가 있습니다. 저는 종양내과 병동에서 일했던 간호사이고, 『나이팅게일은 죽었다』를 쓴 사람입니다. 이 책에는 제가 병동에서 답을 못 찾고 그대로 적어 둔 질문이 여럿 있습니다. 승압제를 두 배로 올리던 새벽에 적은 질문, 의사가 끝내 죽음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던 오후에 적은 질문 같은 것들입니다. 그 질문이 들어 있는 장면 넷을 쪽수와 함께 적고, 어느 교과의 탐구로 이어지는지와 확인해 볼 논문이 무엇인지를 붙였습니다. 세특에 어떻게 적을지는 맨 뒤에 있습니다.
목차
지금 아픈 거는 2점
식도암을 진단받은 지 석 달 된 30대 초반 남성이 있었습니다. 불편한 데가 있냐고 물으면 "늘 비슷한 만큼 답답해요. 지금 아픈 거는 2점. 그거 말곤 괜찮아요." 하고 머쓱하게 웃던 분입니다(16쪽). 며칠 사이에 항암제 부작용으로 온몸에 수포가 잡혔고, 통증은 점수로 말할 수 없는 것이 되었습니다. 위루관을 스스로 뽑아 버린 뒤에는 보호자 동의를 받아 양손과 양발을 침대 난간에 묶어야 했습니다(19쪽). 새벽에 혈압이 떨어지자 승압제 용량을 두 배로 올리라는 처방이 내려왔습니다.
그 약물이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것인지 나로선 도무지 알 수 없었다. 19쪽
그날 밤 저는 그분 곁에서 "살아있다는 것은 대체 어디까지인 걸까" 하고 적었습니다(19쪽). 심장이 뛰고 혈압이 잡히면 살아 있는 것인지, 허공을 보며 묶여 있는 그 시간도 삶인지. 이튿날 출근하니 병실 이름표가 바뀌어 있었습니다(21쪽). 생명과학이나 생활과 윤리 세특이라면 여기서 시작할 수 있습니다. 생물학적 생존과 삶의 기준, 연명의료의 범위, 환자 억제의 윤리와 동의 절차 같은 것들이 이 한 장면 안에 다 들어 있습니다.

의료진 입장에서는 그렇습니다
의식이 없는 환자를 처음 담당한 날이었습니다. 혈압이 크게 떨어져 담당 의사가 가족에게 상황을 설명했는데, 보호자가 "말해주세요. 가망이 없는 건가요?" 하고 묻자 레지던트가 된 지 몇 달 안 된 의사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의료진 입장에서는 그렇습니다. 97쪽
옆에서 듣던 저는 답답했습니다. 임종이나 죽음 같은 단어는 끝내 나오지 않았고, 상태가 좋지 않다는 말만 겉돌았습니다(97~98쪽). 몇 시간 뒤 산소포화도가 떨어지기 시작했을 때는 제가 가족에게 직접 말했습니다. 몇 분 내로 임종하실 수 있다고,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하시라고. 같은 날 오후에 만난 다른 환자는 연명의료를 하지 않기로 동의한 분이었고, 의사는 가족들이 모두 올 때까지만 승압제를 쓰자고 했습니다(100쪽). 이 두 장면은 국어나 사회 교과 세특에 맞습니다. 나쁜 소식을 전하는 의료진의 언어, 연명의료결정법과 사전연명의료의향서가 실제 병실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같은 주제입니다.

아직 청각은 살아있으니
제가 그 가족에게 한 말은 이랬습니다.
산소 수치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 걸 보니 몇 분 내로 임종하실 수도 있어요. 아직 청각은 살아있으니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 하세요. 98쪽
아내분은 "이 사람 정신이 있을까요?" 하고 되물었습니다(98쪽). 저는 죽기 직전까지 남아 있는 감각이 청각이라는 지식을 근거로, 가족들이 마지막 인사를 충분히 하도록 권하는 것을 제 일로 삼았습니다(107쪽). "너무 고생 많았어요, 사랑해. 여보." 같은 인사들이 그렇게 나왔고, 의식이 없던 환자의 눈가가 젖어 있는 것을 본 적도 있습니다. 저의 과한 감정이입일지도 모르지만, 저는 그렇게 믿고 싶었습니다(107쪽).
생명과학 세특이라면 이 지식이 어디까지 확인된 것인지 따라가 볼 수 있습니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 연구팀이 2020년 Scientific Reports에 실은 논문(Blundon, Gallagher, Ward)이 있습니다. 호스피스 환자가 의식이 있을 때와 반응이 없어진 임종 직전에 각각 뇌파를 재서, 반응이 없는 환자 다섯 명의 뇌가 건강한 사람과 비슷하게 소리에 반응한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다만 연구진은 뇌가 소리에 반응했다는 것이지 그 말을 알아듣는지는 알 수 없다고 적어 두었습니다. 책의 98쪽과 이 논문의 한계 부분을 나란히 놓으면 탐구 하나가 됩니다.

간호사 한 명이 담당하는 환자 수
2부에는 밥을 굶고 일하던 이야기가 있습니다. 병원과 병동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간호사 한 명이 담당하는 환자 수는 약 10~14명이고, 그중 중환자가 몇 명이냐가 그날의 업무 강도를 정합니다(189쪽). 화장실 갈 시간이 없어 참을 만큼 참았고, 중환자를 여럿 맡은 날에는 눈물이 고이곤 했습니다(190~191쪽). 사회 교과나 보건 세특이라면 이 숫자에서 시작하면 됩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연구팀이 2002년 JAMA에 실은 논문(Aiken 외)은 병원 168곳의 외과 환자 23만 명을 분석해, 간호사 한 명이 맡는 환자가 한 명 늘 때마다 입원 30일 안에 사망할 가능성이 7% 높아진다고 보고했습니다. 우리나라 병원의 간호사 1인당 환자 수는 병원간호사회가 해마다 내는 병원간호인력 배치현황 실태조사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책의 189쪽 숫자와 그 표를 나란히 놓으면 됩니다.

세특에는 이렇게 적으면 됩니다
장면 하나를 고르고, 그 장면에서 나온 질문 하나를 적고, 그 질문을 확인하려고 찾아본 자료 하나와 자기 생각을 붙이면 세특 한 편이 됩니다. 책 전체 요약은 필요 없습니다. 쪽수를 같이 적어 두면 좋습니다. 책을 직접 펼쳐 본 기록인지 아닌지는 읽는 선생님이 금방 압니다.
교과별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생명과학은 16~23쪽의 생존 기준과 98·107쪽의 임종기 청각, 생활과 윤리는 19쪽의 억제대와 100쪽의 연명의료 결정, 국어는 97쪽의 의료진 언어, 사회와 보건은 189쪽의 담당 환자 수입니다.
한 가지는 미리 말해 두겠습니다. 이 책은 실험이나 수치 데이터를 다루지 않습니다. 실험 설계나 통계 분석이 필요한 탐구라면 이 책은 출발점일 뿐이고, 본 자료는 위에 적은 논문처럼 따로 찾아야 합니다. 이 책이 도움이 되는 자리는 질문이 시작되는 지점입니다.
여기 적은 넷은 제가 고른 장면입니다. 책의 다른 장에도 질문은 하나씩 있습니다. 끝까지 읽고 자기가 멈춘 장면을 고르면 여기 없는 질문이 하나 더 생길 텐데, 그 질문이 세특의 첫 문장이 되면 좋겠습니다. 탐구가 아니라 독서 활동 기록을 적어야 한다면 간호학과 생기부 독서 기록 예시가 먼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