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 면접을 앞두고 이 글을 열었을 겁니다. 예상 질문 목록 어딘가에 "가장 인상 깊게 읽은 책"이 있고, 그 옆 칸이 아직 비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저는 종양내과 병동에서 일했던 간호사이고, 『나이팅게일은 죽었다』를 쓴 사람입니다. 이 글에는 제가 고등학교 3학년 때 간호학과를 고른 이유와, 병동에서 있었던 일 몇 가지를 책의 쪽수와 함께 적었습니다. 면접에서 이 책을 어떻게 말하면 좋을지는 맨 뒤에 따로 적겠습니다.
목차
- 정말 그런 생각을 해서 간호학과를 간 거야?
- 살아있는 동안은 힘을 내야죠
- 누구나 사랑이 필요하고, 누구나 위로가 필요하고
- 버텨내는 것까지가 재능이다
- 힘들지 않아요? 진짜 태움 문화가 있어요?
- 면접에서 이 책을 말한다면
- 이 이야기가 담긴 책
정말 그런 생각을 해서 간호학과를 간 거야?
왜 간호사가 되고 싶은지 물으면 어떤 답을 준비해 두었을지 궁금합니다. 저에게는 없었습니다. 책의 2부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돌이켜보면, 나는 어릴 적부터 간호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도 없다. 언젠가 간호학과를 가야겠다고 결정한 것은 고등학교 3학년 시절 품었던 막연한 기대 때문이었던 것 같다. 116쪽
다섯 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집이 어려웠습니다. 맏이였던 저는 하루빨리 경제적으로 독립해야 한다는 마음이 강했고, 대형병원 취업이 상대적으로 쉽다는 담임선생님의 조언 아닌 조언을 듣고 간호학을 골랐습니다. 남편은 지금도 "정말 그런 생각을 해서 간호학과를 간 거야?" 하고 묻습니다. 그만큼 세상 물정을 몰랐습니다.
병원에 들어가서는 기대와 현실 사이의 온도 차로 긴 시간 홍역을 앓았습니다(117쪽). 그런데도 그만두지 않았던 이유 가운데 하나는, 간호학과를 가기로 한 것이 다른 누구도 아닌 제가 내린 결정이었기 때문입니다.
살아있는 동안은 힘을 내야죠
제가 일한 곳은 종양내과 병동입니다. 항암치료로 머리카락이 다 빠지고, 종양이 후두 신경을 침범해 목소리가 늘 쉬어 있던 말기 암 환자 한 분이 계셨습니다. 그분은 새벽이면 일어나 병원 복도를 걸으며 운동을 했고, 마음이 맞는 환자들과 힘든 점을 나누는 자리를 만들곤 했습니다. 어느 날 그분이 힘없어 보이는 옆 환자에게 하는 말을 우연히 들었습니다.
형님, 그렇게 힘이 없어서 어떡해요. 살아있는 동안은 힘을 내야죠. 같이 한 바퀴 돌고 오실까요? 26쪽
그 한마디가 한참 동안 귓가를 맴돌았습니다. 얼마 뒤 CT 검사에서 쓰던 항암제가 더는 듣지 않는다는 결과가 나왔는데, 그분은 먹는 항암제를 처방받아 퇴원하는 날까지도 미소를 띠며 "안녕히 계세요!" 하고 인사를 건넸습니다(27쪽). 같은 상황이라면 저는 어땠을까, 지금도 답을 못 하고 있습니다.

누구나 사랑이 필요하고, 누구나 위로가 필요하고
간호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묻는 면접관도 있을 겁니다. 저는 일을 시작하기 전에 교수님께 메일로 같은 질문을 드린 적이 있습니다. 이십 년 넘게 간호사로 살아온 분의 답은 이랬습니다.
누구나 사랑이 필요하고, 누구나 위로가 필요하고, 그 사랑과 위로를 받고자 하는 표현이 투정이든 갈구이든 특히, 아픈 환자들은 더욱 그것을 필요로 합니다. 그것을 내가 해줄 수 있다는 것에 의미를 두었던 것 같습니다. 119쪽
일하다가 스스로를 병원의 노예처럼 여기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들 때면 이 메일을 다시 찾아 읽었습니다(118쪽). 거창한 일은 아니어도 환자를 살피고 돌보며 느꼈던 감정들이 있어서 버틸 수 있었습니다. 배우자의 임종을 맞은 어머님의 손을 꼭 붙잡고 "수고 많으셨어요" 하고 위로를 건넸던 하루 같은 것들입니다(120쪽).
버텨내는 것까지가 재능이다
힘든 직업인 걸 알고 지원하느냐는 질문이 따라올 수도 있습니다. 이 책의 2부에는 제가 일한 지 일 년 되던 날 써 둔 일기가 그대로 실려 있습니다.
성장통도 이런 강렬한 성장통이 있을까. 누군가의 삶의 끝자락을 가까이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감정적인 부담감. 일과 일상의 분리를 시키지 못해 느끼는 소모감에 점차 지쳐가는 나. 매일 나의 부족함을 마주하고 인정하는 일. 스스로 과연 간호사를 할 자격이 있는 것인지 묻기를 수십 차례. 173쪽
출근 전날 밤이면 병원 꿈을 꿨습니다. 실제로 했던 실수를 꿈에서 다시 하거나, 숨이 멎어 있는 환자를 발견하는 꿈입니다(174쪽). 그런데 같은 일기에 이런 말도 적혀 있습니다. 부정적인 프레임으로 보면 할 이야기가 참 많은데, 거기서 벗어나려고 "난 여기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를 의식적으로 물었다고요. 따뜻한 말 한마디가 지닌 힘을 배웠다고도 적혀 있습니다(175쪽). 힘든 것과 배운 것을 한 장에 같이 적어 두었습니다.
힘들지 않아요? 진짜 태움 문화가 있어요?
대형병원 간호사라고 하면 사람들은 보통 세 가지를 물었습니다. 힘들지 않아요, 진짜 태움 문화가 있어요, 3교대 근무 만만치 않죠(208쪽). 힘든 건 사실입니다. 다만 저는 간호사라는 직업이 오직 힘들다는 것에만 초점이 맞춰지는 게 늘 안타까웠습니다.
실제 임상 현장에서 내가 직접 경험한 '간호사'는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을 하는 사람들임에 틀림없다. 210쪽
밥을 잘 챙겨 먹지 못하는 직업이 되어 있었고, 휴식시간을 보장받지 못하는 게 당연했습니다(209쪽). 그 현실을 책에 그대로 적었고, 그럼에도 간호하는 일을 계속하는 사람들을 위해 간호사 사회에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썼습니다. 힘든 점을 묻는 질문에는 이 두 가지를 같이 말하면 될 것 같습니다.
면접에서 이 책을 말한다면
책 제목과 지은이를 정확히 말하는 것에서 시작하면 됩니다. 『나이팅게일은 죽었다』, 김민경, 에테르니. 1부는 임종의 기록이고 2부는 간호사의 낮과 밤입니다.
줄거리를 요약하려 들면 막히기 쉽습니다. 이 책에는 줄거리가 없고 병동의 장면들만 있어서 그렇습니다. 위의 다섯 가운데 하나를 골라, 그 장면이 왜 자기에게 남았는지를 한두 문장으로 말하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쪽수까지 기억해 두면 좋습니다. 책을 직접 펼쳐 본 답인지 아닌지는 듣는 사람이 금방 압니다.
꼬리질문도 위의 장면들로 답할 수 있습니다. 왜 간호사가 되고 싶은지를 물으면, 116쪽의 저처럼 거창한 이유가 없어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 선택이 자기 것이라는 말은 할 수 있어야 합니다. 힘든 직업인 걸 아느냐고 물으면 173쪽과 208쪽이, 간호란 무엇이냐고 물으면 119쪽의 메일이 있습니다.
한 가지는 미리 말해 두고 싶습니다. 이 책은 간호학 지식이나 의료 제도를 다루지 않습니다. 전공 지식이나 시사 질문에 대비하는 책으로는 맞지 않고, 그런 질문에는 다른 책이 더 낫습니다. 이 책이 도움이 되는 자리는 사람을 묻는 질문 쪽입니다. 아직 어떤 책을 읽을지 고르는 중이라면 간호학과 생기부 독서 기록 예시를 먼저 보는 편이 좋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