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매하기

신규간호사 일기, 새벽 두 시에 적기 시작한 이야기

신규간호사 일기를 찾는 밤, 종양내과 간호사가 적은 근무 기록을 함께 읽습니다. 후배의 인계를 받던 밤과 환자의 아침 인사를 『나이팅게일은 죽었다』에서 만납니다.

신규간호사 일기를 찾아 읽으며, 다른 사람도 나처럼 힘든지 궁금했던 적이 있나요? 근무를 마쳐도 그날의 인계와 환자의 말이 마음에 남을 때가 있습니다. 저도 신규 시절에는 병원에서 겪는 일들이 버거워 새벽 두 시에 퇴근하고도 그날의 일을 적곤 했습니다. 그 기록들이 모여 『나이팅게일은 죽었다』가 되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책에 담긴 근무 일기를 함께 읽으며, 한 간호사가 동료와 환자를 어떤 마음으로 마주했는지 살펴봅니다. 책 속 문장에서 내 하루와 닮은 부분을 찾아보고, 나머지 기록도 읽고 싶은지 가늠할 수 있습니다.

밤 병동에서 두 간호사가 인계 내용을 함께 살펴보는 삽화
후배의 인계를 받으며 밤 근무를 시작하는 간호사. 본문을 바탕으로 제작한 삽화입니다.

목차

퇴근 후 그날의 일을 일기에 적는 간호사 삽화
그날의 일을 글로 정리하던 시간. 본문의 집필 경험을 바탕으로 제작한 삽화입니다.

후배의 인계를 받던 밤

책에는 어느 날의 나이트 근무를 처음부터 되짚어 쓴 글이 있습니다. 이미 신규 시절을 지나, 후배 간호사의 인계를 받으며 일하던 때의 기록입니다.

저녁 여덟 시 사십 분. 이브닝 간호사들이 담당 환자를 마지막으로 확인하는 동안, 저는 밤에 돌볼 환자들을 파악했습니다. 오늘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어떤 처치가 이루어졌는지, 밤사이 특별히 살펴야 할 것은 무엇인지 알아야 했습니다. 다음 날 시술이나 퇴원 준비에서 미흡한 부분이 있으면 보완하는 것도 제 일이었습니다.

인계를 듣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을 때는 다시 물어 정확하게 알아내야 했습니다. 그 이야기를 적으면서, 저는 환자 상태만이 아니라 후배에게 어떻게 말할 것인지도 함께 적었습니다.

이때 조금 더 신경 쓰는 부분은 감정을 배제하고 말하는 것이다. 혹여나 ‘네 인계가 충분치 못하다.’라는 이유로 감정 섞인 비난을 할 이유가 없다. 후배 역시 그런 비난을 받을 이유 또한 없다.

『나이팅게일은 죽었다』, 161쪽

그날은 큰 무리 없이 인계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환자들의 상태는 좋지 않았습니다. 아침에 퇴근할 때만 해도 특별한 이상이 없던 분이 고열과 떨어진 혈압으로 힘든 하루를 보냈고, 다른 분은 출혈이 반복되고 있었습니다. 인계가 끝난 뒤에는 그분들이 있는 병실로 향했습니다.

아침에 들은 말

출혈이 계속되던 환자는 여러 번의 검사와 시술을 받은 분이었습니다. 잠깐 멎는 것 같다가도 다시 혈변을 보았고, 수혈을 이어가야 했습니다. 그날은 추가 시술을 받지 않겠다고 하셨습니다.

새벽에 병실을 돌다가 그분의 아내가 누워 있는 남편의 손을 붙잡고 숨죽여 우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저는 조용히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다음 날 아침, 항생제를 투약하러 병실에 들어가 인사를 건넸을 때 환자가 말했습니다.

오늘 새벽 동안엔 혈변이 안 나와서 오랜만에 잘 잤어요.

『나이팅게일은 죽었다』, 165쪽

아내도 덕분에 오랜만에 푹 잤다고 애써 밝게 말했습니다. 몇 시간 전 숨죽여 울던 모습을 보아서였는지, 그 말이 한참 마음에 남았습니다. 밤사이 몇 시간 편히 자는 일이 두 분에게는 당연하지 않았습니다. 환자가 잠을 잘 잤다는 말에 저는 다행스러움을 넘어 감사함까지 느꼈습니다.

그 밤의 기록에는 혈압과 통증을 확인하고, 의사에게 환자의 상태를 알리고, 처방에 따라 약물을 준비하던 일도 들어 있습니다. 그 사이에 후배에게 말을 건넬 때 신경 썼던 것과 환자 아내의 짧은 말이 함께 남아 있습니다. 당시의 제가 병동에서 보고 느낀 것을 그때의 마음으로 적어 둔 글입니다.

병동에서 일하던 사람의 기록을 더 읽고 싶다면

『나이팅게일은 죽었다』의 2부에는 이런 근무의 기록이 모여 있습니다. 남들이 잠든 동안 병동에서 하던 일, 오프 날에 떠올랐던 생각, 돌봄의 고단함과 고마움을 함께 적었습니다. 위의 근무 이야기는 157쪽에서 시작하는 「복기(復碁)해보는 어느 날의 나이트 근무」의 일부입니다.

책은 1부의 죽음 이야기로 시작하지만, 신규간호사 일기를 찾다가 이 글에 닿았다면 2부부터 읽어도 좋겠습니다. 간호를 잘하게 된 뒤 돌아보며 정리한 이야기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일하는 동안 겪고 느낀 것을 적어 놓은 기록이 그곳에 있습니다. 술기나 인계 방법을 배우는 실무서는 아니고, 같은 일을 하는 한 사람이 어떤 마음으로 병동의 낮과 밤을 보냈는지 읽는 책입니다.

책에 추천의 글을 써 준 이윤 간호사는 이렇게 적었습니다.

사실은 간호사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 모두가 언젠가 어디선가에서 고민했던, 말로 표현하긴 어렵지만 그렇다고 절대 사소하지는 않은 그러한 우리 생각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윤, 서울아산병원 전직 간호사 · 책에 실린 추천의 글, 219쪽

이 이야기가 담긴 책

나이팅게일은 죽었다 표지

나이팅게일은 죽었다

어느 간호사의 죽음 이야기
김민경 지음 · 에테르니 · 224쪽

종양내과 병동에서 지킨 임종의 기록과, 그 사람들의 낮과 밤입니다.

책 소개예스24알라딘교보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