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인 씨는 행복의 정의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외부 독서모임에 참여하기 위해 면접을 보던 자리였습니다. 다인은 예상하지 못한 질문에 조금 당황했습니다. 고등학생 때였다면 의대에 합격하고 성적이 높게 나오면 행복할 것 같다고 답했을 거라고 합니다. 그런데 의대에 다니고 있던 그날, 다인의 입에서 나온 대답은 달랐습니다.
“어떤 고난과 시련이 와도 극복해 내고 헤쳐나갈 수 있는 상태가 행복이라고 생각합니다.”
유다인, 『카나리아의 날갯짓』 214쪽
그 사이 다인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의대 가면 행복할까. 아이의 진로를 고민하는 부모라면, 그 질문 안에는 안정적인 직업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도, 지금의 고생이 나중에는 보상받았으면 하는 마음도 있을 겁니다. 다인 역시 의대에 합격하면 불안과 고민이 사라질 거라고 기대했습니다. 『카나리아의 날갯짓』의 다인 편은 그 기대를 품고 입시를 치른 사람이, 합격 이후 자신의 마음을 다시 들여다본 기록입니다.

목차
- 부모는 공대를 권했고, 다인은 의대를 골랐습니다
- 같은 의대에 들어온 뒤에도 비교는 계속됐습니다
- 행복을 설명하기 어려워서, 불행했던 때부터 떠올렸습니다
- 아이가 원하는 대학과, 아이가 원하는 생활
- 합격 이후의 이야기를 함께 읽는 이유
- 이 이야기가 담긴 책
부모는 공대를 권했고, 다인은 의대를 골랐습니다
다인의 이야기는 부모가 원해서 억지로 의대에 간 사연이 아닙니다.
재수를 마친 다인은 의대와 시스템반도체공학과에 지원했습니다. 부모는 의사가 힘든 길이라며 공대를 권했습니다. 두 선택지에 모두 합격한 뒤에도 고민은 이어졌고, 다인은 며칠 밤을 생각한 끝에 의대를 선택했습니다.
졸업 후 안정적인 직업을 가질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취업 문제로 다시 무한 경쟁을 반복하고 싶지 않은 마음도 컸습니다. 이미 입시에서 많은 힘을 쓴 다인에게는, 앞으로의 불확실성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다는 점이 중요했습니다.
“합격하면 모든 불안과 고민이 말끔히 사라지고 행복할 줄 알았는데, 계속해서 가슴 속에 질문 하나가 맴돌았다. ‘내가 정말 바라던 게 이거였을까?’”
유다인, 『카나리아의 날갯짓』 201쪽
같은 의대에 들어온 뒤에도 비교는 계속됐습니다
다인은 대학에 들어가면 열등감에서 벗어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했지만, 학교 안에서도 비교할 대상은 있었습니다.
학창 시절 공부를 거의 하지 않다가 재수 1년 만에 같은 대학에 들어왔다는 친구를 보면, 자신이 쏟은 시간이 떠올랐습니다. 부유한 친구들을 보면서는 공부에 모든 것을 걸었던 일이 부질없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예과 시절에는 겉으로 웃으면서도 혼자 있는 시간을 견디기 어려웠고, 본과에 올라가서도 점수와 주변 시선에 흔들렸다고 적습니다.
“나 역시 목표했던 의대에 합격했지만, 기대했던 성취감과 행복은 생각보다 오래가지 않았다.”
유다인, 『카나리아의 날갯짓』 215쪽
합격했을 때의 기쁨이 없었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다만 대학에 들어간 뒤에도 공부해야 했고, 사람들을 만나야 했으며, 혼자 있는 저녁을 보내야 했습니다. 부모가 기대하는 합격 이후의 모습과 아이가 실제로 살아갈 하루 사이에는 이런 시간이 놓여 있습니다.
행복을 설명하기 어려워서, 불행했던 때부터 떠올렸습니다
다인은 행복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생각해보았지만 쉽게 설명할 수 없었습니다. 오히려 불행했던 때를 떠올리는 편이 쉬웠다고 합니다.
공부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스스로를 통제하던 시간, 더 많이 이루어야 한다는 욕심 때문에 지금 가진 것을 좋아할 수 없었던 시간이 떠올랐습니다. 높은 성적을 얻기 위해 열심히 살고 있었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이 어떤 상태인지는 오래 미뤄두었습니다.
“성공도 중요했지만, 나는 무엇보다 행복하고 싶었고 이를 위해 내겐 행복에 대한 재정의가 필요했다.”
유다인, 『카나리아의 날갯짓』 216쪽
휴학 기간에 다인은 가고 싶었던 유럽을 여행했고, 평소 읽고 싶었던 여러 분야의 책을 읽었습니다. 독서모임을 이끌기도 했습니다. 그중에는 침대에 누워 혼자만의 시간을 편하게 보내보는 일도 있었습니다. 생산적인 하루를 보내지 않으면 불안했던 자신에게, 아무것도 성취하지 않는 시간을 여유롭게 느껴보는 일은 이전과 다른 경험이었습니다.

다인이 적은 변화는 화려한 새 목표를 찾았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무엇을 이루었는지뿐 아니라, 어떤 시간을 보낼 때 자신이 편안하고 즐거운지도 조금씩 알아가는 과정입니다.
아이가 원하는 대학과, 아이가 원하는 생활
다인이 의대를 선택할 때 중요하게 여긴 안정적인 직업은 부모에게도 쉽게 지나칠 수 없는 조건입니다. 아이가 좋아하는 일만 찾으면 된다고 말하기에는 취업과 경제적 자립의 문제가 현실에 있습니다.
다인의 기록은 그런 조건을 고려한 선택이 틀렸다고 단정하지 않습니다. 대신 안정적인 진로를 선택하는 일과, 그 길에서 자기 삶을 좋아하며 지내는 일이 꼭 함께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경험을 보여줍니다.
공부가 적성에 맞는지, 어떤 일을 할 때 보람을 느끼는지, 쉬는 시간을 불안 없이 보낼 수 있는지. 입학할 대학을 정할 때는 뒤로 밀리기 쉬운 문제지만, 대학에 들어간 뒤에는 매일의 생활이 됩니다.
다인은 친구들에게 왜 의대에 왔는지 묻고 다닌 적도 있습니다. 생명을 살리는 일에 매력을 느꼈다는 친구, 의료선교를 꿈꾸었다는 친구가 있었습니다. 다른 사람의 이유를 듣는 동안, 다인은 의대에 가고 싶다는 마음과 의사라는 일을 하고 싶다는 마음을 자신이 얼마나 구분해서 생각했는지 돌아보았습니다.
그 질문에는 지원서에 쓸 만한 훌륭한 답이 필요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다인 자신이 앞으로 이 길을 걸어갈 이유가 필요했습니다.
합격 이후의 이야기를 함께 읽는 이유
『카나리아의 날갯짓』에는 의대에 간 세 사람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영서는 완벽함을 요구받으며 걸어온 시간을, 지호는 주변의 조급함 속에서 자기 속도를 지켜온 시간을, 다인은 목표를 이룬 뒤에도 남아 있던 질문을 적었습니다.
세 사람의 기록을 함께 읽으면 합격이라는 같은 결과만으로는 보이지 않던 차이가 드러납니다. 어떤 기대를 품고 공부했는지, 무엇이 힘들었는지, 그 시간을 지나며 자신에 대해 무엇을 알게 됐는지가 다릅니다.
부모와 자녀가 입시를 지나는 동안 서로의 마음을 어떻게 놓치게 되는지는 고3 엄마 스트레스, 아이 잘되라고 한 말이 왜 상처가 됐을까에서도 읽을 수 있습니다. 다인의 이야기는 거기서 조금 더 나아가, 부모와 아이가 기다리던 합격 이후를 보여줍니다.
이 글에 옮긴 것은 다인이 자신의 선택을 돌아보기 시작한 몇 장면입니다. 책에서는 공부와 다른 길을 걸어간 오빠를 바라보는 마음, 서로 다르게 흘러가는 친구들의 시간, 스물다섯에 새로 보게 된 삶의 모습으로 이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