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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 없는 아이, 진로를 아직 못 정해도 괜찮을까

꿈이 없는 아이를 보면 부모는 진로부터 걱정합니다. 직업으로 정한 꿈이 없는 아이였던 지호는 어떤 일을 할지보다 어떤 삶을 살지 먼저 생각했습니다.

“나는 고등학교 때도, 재수할 때도 하나의 직업을 꿈으로 가져본 적은 없었다.”

지호는 『카나리아의 날갯짓』의 에필로그를 이렇게 시작합니다. 의대에 간 사람이 뒤늦게 적은 뜻밖의 문장입니다. 그런데 바로 다음 문장을 읽으면, 지호에게 아무 꿈도 없었던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그냥 좋아하는 사람들과의 행복한 삶이 내 꿈이라면 꿈이었다.”

이지호, 『카나리아의 날갯짓』 152쪽

꿈이 없는 아이를 보면 부모는 진로부터 걱정합니다. 좋아하는 학과도, 되고 싶은 직업도 없다고 하면 입시를 어디서부터 준비해야 할지 막막해집니다. 지호의 기록은 직업 이름을 정하지 못한 아이 안에도 이미 좋아하는 삶의 모습과 자기 나름의 속도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늦은 오후 밭에서 흙 묻은 고구마를 손에 든 지호를 그린 삽화
지호는 느리게 흘러가는 시간 속의 행복을 배웠다고 적습니다.

목차

  1. 직업으로 정한 꿈은 없었지만, 원하는 삶은 있었습니다
  2. 지호가 좋아했던 것은 평범한 하루였습니다
  3. 성적표가 달라지자 부모의 질문도 달라졌습니다
  4. 빠른 목표 대신 지호가 지키려 했던 것
  5. 부모와 아이가 함께 읽을 때 남는 질문
  6. 이 이야기가 담긴 책

직업으로 정한 꿈은 없었지만, 원하는 삶은 있었습니다

지호는 대학 입시를 준비할 때도 특정한 학교나 학과를 목표로 삼기보다, 어느 곳에 가든 나름대로 적응하며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무심하거나 미래를 포기해서 그런 것은 아니었습니다. 어떤 일을 할 것인지보다 어떤 삶을 살 것인지가 더 중요했습니다.

“꿈은 꼭 어떤 직업이어야만 하는 걸까? 어떤 일을 할 것인지보다는 어떤 삶을 살 것인지가 항상 내겐 더 중요한 문제였다.”

이지호, 『카나리아의 날갯짓』 152쪽

부모가 묻는 꿈과 아이가 생각하는 꿈은 서로 다른 모양일 수 있습니다. 한쪽은 지원할 학과와 장래 직업을 떠올리고, 다른 쪽은 좋아하는 사람들과 보낼 하루를 생각합니다. 지호에게는 그 차이를 설명할 말이 아직 없었지만, 원하는 삶이 비어 있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지호가 좋아했던 것은 평범한 하루였습니다

중학생 지호는 발표를 어려워하고, 답을 알아도 자신 없이 말하는 조용한 아이였습니다. 누군가의 눈에 띄는 것보다 평화로운 하루를 좋아했습니다.

“그때의 나는 조용하고 평화로운 하루하루가 좋았다. 딱히 어딘가에 존재감을 드러내고 싶지도 않았고, 실제로도 어디서든 별로 존재감이 없는 아이였다.”

이지호, 『카나리아의 날갯짓』 99쪽

친한 친구들과 있을 때는 조금 달랐습니다. 친구들을 웃게 하려고 나름의 노력을 했고, 함께 빙수를 나눠 먹고 노래방에 가고 떡볶이를 먹었습니다. 주말이면 시골의 할머니와 할아버지 댁에서 감자와 고구마를 캤습니다. 지호는 그 시절을 돌아보며 느리게 흐르는 시간 속의 행복을 배웠다고 적습니다.

진로 이야기를 시작하면 이런 장면은 쉽게 밀려납니다. 어느 과목의 성적이 좋은지, 어느 대학과 학과에 갈 수 있는지가 먼저 보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호가 훗날 꿈을 설명할 때 꺼낸 것은 성적표가 아니라 자신이 오래 좋아했던 하루의 모습이었습니다.

성적표가 달라지자 부모의 질문도 달라졌습니다

고등학교에 들어간 뒤 지호의 성적은 중학교 때보다 낮아졌습니다. 지호는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하되, 더 빠르게 앞서 나가야 한다는 부담으로 자신을 몰아붙이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부모에게는 그 태도가 걱정으로 보였습니다. 지호가 스스로 공부할 거라는 믿음 속에서 듣던 말도 달라졌습니다.

밤의 식탁에서 부모를 마주하고 두 손을 꼭 잡은 지호를 그린 삽화
확인과 걱정이 쌓이는 동안, 지호 안에는 말하지 못한 질문이 남았습니다.

“괜찮아. 잘할 거라고 믿어.”라는 말 대신에 “잘하고 있는 거지? 오늘 공부 많이 했니?”라는 말이 먼저 들려왔다.

이지호, 『카나리아의 날갯짓』 110쪽

지호는 부모가 자신의 미래를 걱정하고 잘 살기를 바란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고등학교 성적이 대학과 이후의 삶에 영향을 준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다만 자신도 공부를 포기하지 않고 나름의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그 노력은 당연하게 여겨지고 더 많은 것을 요구받는다고 느꼈습니다.

그때 지호의 머릿속에는 “좋은 대학에 못 가면 인생이 망하는 거야?”라는 질문이 남았습니다. 부모가 실제로 그렇게 말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지호도 부모에게 직접 물어본 적이 없고, 비슷한 말을 들은 적도 없다고 분명히 적었습니다. 하지만 확인과 걱정이 쌓이는 동안, 아이 안에는 부모가 하지 않은 문장까지 만들어졌습니다.

빠른 목표 대신 지호가 지키려 했던 것

지호는 부담감을 가진다고 공부가 더 잘될 것 같지 않았고, 감당할 수 있는 것보다 더 큰 것을 바라며 막막해지고 싶지 않았습니다. 처음부터 뛰어가기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한 발씩 가고 싶었습니다.

“조금 느리더라도 그저 지금 나에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 쉬고 싶을 때는 쉴 수 있는 것. 그게 내 하루하루의 목표였다.”

이지호, 『카나리아의 날갯짓』 108쪽

재수를 시작한 뒤에도 좋은 대학 자체가 유일한 목표는 아니었습니다. 매일 같은 자리에서 공부하고 모의고사를 치르며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 한 해를 보내는 데 더 큰 의미를 두었습니다. 마지막 수능을 마친 뒤에는 성적이 어떻든 정말 최선을 다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적습니다.

의대 역시 어릴 때부터 정해둔 꿈은 아니었습니다. 성적에 맞춰 학과를 선택하더라도 그 안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의대에 왔습니다. 입학 후 의료봉사 동아리에서 시골 마을 어르신들을 만나면서 누군가의 삶을 지켜주는 일의 따뜻함과 무게를 구체적으로 알기 시작했습니다.

지호의 진로는 먼저 완성된 목표를 정한 뒤 그곳으로 달려간 이야기가 아닙니다. 선택한 뒤에 알게 된 것이 있었고, 실제로 해보면서 자신의 마음을 확인했습니다.

부모와 아이가 함께 읽을 때 남는 질문

지호 한 사람의 경험을 모든 아이의 속마음으로 옮길 수는 없습니다. 직업이 분명한 아이도 있고, 여러 가능성을 오래 살피는 아이도 있습니다. 다만 꿈을 아직 직업 이름으로 말하지 못한다는 이유만으로 아무 생각이 없다고 단정하면, 아이가 이미 알고 있던 삶의 기준은 대화 밖으로 밀려날 수 있습니다.

영서와 엄마가 입시 뒤에야 나눈 대화는 고3 엄마 스트레스, 아이 잘되라고 한 말이 왜 상처가 됐을까에 옮겨 두었습니다. 의대 가면 행복할까, 합격 뒤에도 불안했던 이유에서 다인은 안정적인 진로를 직접 선택하고도 합격 뒤에 자신의 마음을 다시 살폈습니다. 같은 의대에 간 세 사람도 진로를 받아들인 방식은 모두 달랐습니다.

꿈이 없는 아이에게 직업 하나를 빨리 고르게 하면 입시의 방향은 조금 선명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호의 이야기가 남기는 것은 그보다 앞선 질문입니다. 아이는 어떤 하루를 좋아하는지, 무엇을 부담스러워하는지, 어떤 속도로 움직일 때 자기 힘을 오래 쓸 수 있는지에 관한 질문입니다.

이 이야기가 담긴 책

카나리아의 날갯짓 표지

카나리아의 날갯짓

새장을 박차고 날아오를 청춘들에게
조영서 이지호 유다인 지음 · 에테르니 · 248쪽

2부 「자립을 향한 날갯짓」. 「내 느린 속도가 만들어진 곳」, 「좋은 대학 못 가면 인생 망하는 거야!?」, 에필로그 「꿈은 꼭 직업이어야만 하나요?」에 지호가 지켜온 삶의 기준이 담겨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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