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자녀를 둔 부모에게 입시는 아이의 시험이면서 부모 자신의 불안이기도 합니다. 공부 이야기를 안 하자니 걱정되고, 꺼내자니 또 다툴까 조심스러운 날이 있습니다. 『카나리아의 날갯짓』에서 영서와 엄마의 대화는 그 시간을 모두 통과한 뒤에야 시작됩니다. 원하는 대학에 들어간 다음에도 두 사람에게는 미처 나누지 못한 이야기가 남아 있었습니다.

목차
- 엄마를 사랑하면서도 지난날이 아팠던 딸
- 딸이 엄마의 마음까지 생각하게 된 과정
- 아이에게 건네기 전에 부모가 읽을 수 있는 책
- 성적이 노력의 의미까지 결정하던 때
- 이 이야기가 담긴 책
엄마를 사랑하면서도 지난날이 아팠던 딸
엄마와 밥을 먹던 날이었습니다. 시시콜콜한 일상 이야기를 나누다가, 엄마가 오래전 시험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영서가 초등학교 5학년 때 한 문제를 틀리고도 몹시 걱정했다는 말을 뒤늦게 전해 들은 참이었습니다.
엄마는 그때 그렇게까지 공부하라고 몰아붙였던 일을 후회한다고 말했습니다. 끝까지 말을 잇지는 못했습니다. 영서도 울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영서는 이미 의대에 들어간 뒤였습니다.
영서는 엄마를 사랑하는 마음과 엄마를 원망하는 마음이 함께 있다는 사실을 혼란스러워했습니다. 지금의 엄마와 잘 지내는데, 굳이 지난 일을 꺼내 서로 힘들어져야 할까 싶기도 했습니다.
이전에도 비슷한 이야기를 꺼낸 적은 있었습니다. 그때 엄마의 대답은 “다 지난 일이잖아. 너 결국 의대 가고 잘됐잖아”였습니다. 그런데 이날은 처음으로 엄마에게서 ‘후회’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 말을 듣자마자 눈물이 났다고 영서는 적습니다.
“엄마도 그런 생각을 했구나… 엄마는 아닌 줄 알았는데⋯”
조영서, 『카나리아의 날갯짓』 13쪽
뒤이어 영서는 그때 혼자 얼마나 힘들었는지를 말했습니다. 엄마는 고등학교 때 아팠던 심장이 지금은 괜찮은지 물었습니다.
이 대화에는 상대의 말을 듣고 곧바로 능숙하게 대답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닦고, 잠시 침묵하다가 다시 묻습니다. 오래 품고 있던 이야기를 꺼내는 두 사람의 시간이 그렇게 흘러갑니다.
딸이 엄마의 마음까지 생각하게 된 과정
그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영서는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엄마가 과거의 행동을 후회한다는 말을 듣고 나니, 엄마도 잘해보려 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혼자 대화를 되짚어보면서 다른 마음도 찾아왔습니다. 지난날을 후회하며 죄책감에 마음을 썼을 엄마가 떠올랐습니다.
“그러고 보니 결국 과거의 나뿐만 아니라 엄마도 상처를 받은 존재였을지도 모르겠다. 나 혼자만 상처를 받았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던 거다.”
조영서, 『카나리아의 날갯짓』 16쪽

영서는 자신의 상처가 없었던 일이라고 쓰지 않습니다. 엄마의 감정을 자신이 전부 해결할 수 있다고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엄마가 느낀 감정을 돌아보고 보듬을 주체는 엄마 자신이라고 적으면서도, 엄마 역시 상처받았을 수 있다는 데까지 생각이 닿습니다.
이어지는 질문에는 딸의 성공을 간절히 바랐던 엄마와, 성공할 수 있는 길이 의대뿐이라고 여기게 만든 사회가 함께 등장합니다. 영서의 시선이 엄마 한 사람에게서 두 사람이 살아온 환경으로 조금씩 넓어지는 대목입니다.
아이에게 건네기 전에 부모가 읽을 수 있는 책
『카나리아의 날갯짓』은 성적을 올리는 방법이나 자녀를 공부시키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 아닙니다. 영서·지호·다인 세 사람이 수험 생활과 그 이후를 돌아보며 쓴 에세이입니다.
영서는 완벽함을 요구받으며 걸어온 시간을, 지호는 주변의 조급함 속에서도 자기 속도를 지켜온 시간을 이야기합니다. 다인은 바라던 목표를 이루고도 마음이 채워지지 않았던 경험을 들려줍니다. 세 사람 모두 의대에 갔지만, 같은 방식으로 그곳에 도착한 것도, 합격 뒤에 같은 마음을 느낀 것도 아니었습니다.
부모에게 이 책은 자녀에게 어떤 말을 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지침서라기보다, 아이 쪽에서 그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를 길게 들어볼 수 있는 책에 가깝습니다. 자기 아이와 닮은 부분도, 다른 부분도 있을 겁니다. 책 속 세 사람의 경험을 자녀의 속마음으로 단정하지 않고 읽을 때, 아직 나누지 못한 이야기를 떠올릴 여지도 생깁니다.
학생 쪽에서 시험을 앞둔 불안이 어떻게 느껴졌는지는 시험 불안, 수능을 먼저 통과한 세 사람의 극복법에 세 사람의 기록을 함께 옮겨 두었습니다.
성적이 노력의 의미까지 결정하던 때
영서에게 등급 컷이 나오는 날은 유난히 힘들었습니다. 교실 칠판에 적힌 숫자에 그날의 기분이 결정됐습니다. 아깝게 1등급을 놓쳐도, 주변에서는 그저 ‘1등급이 아닌 성적’으로 받아들였습니다.
그 시간을 돌아보며 영서는 이렇게 적었습니다.
“애석하지만 나는 단 한 번도 가족들에게 시험을 잘 보지 못했을 때는, 고생했단 말을 들어보지 못했다. 내가 준비한 모든 과정은 시험을 잘 봤을 때만 ‘고생’이자 ‘노력’이었고, 망쳤을 때는 그냥 아무것도 아닌 게 되어버렸다.”
조영서, 『카나리아의 날갯짓』 35쪽
영서에게는 시험을 잘 봤을 때만 준비한 시간이 노력으로 인정받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결국 성적을 걱정하는 마음은 자신이 어떤 딸인지, 사랑받을 수 있는 사람인지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졌습니다.
여기에 옮긴 것은 영서의 첫 대화와 그 시절의 한 장면입니다. 그 뒤에는 영서가 성적과 자신의 가치를 어떻게 연결하게 됐는지, 재수를 선택하고 무엇을 다시 생각했는지, 지난날과 어떤 방식으로 화해해 갔는지가 이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