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이 다가올수록 밤이 길어집니다. 책상 앞에서는 멀쩡하다가도, 불을 끄고 누우면 시험을 망치는 장면이 머릿속에서 재생되는 밤. 이 글을 검색해서 열었다면 아마 그런 밤일 겁니다. 여기 적는 것은 전문가의 훈수가 아니라, 그 밤을 지나 수능을 통과한 세 사람이 실제로 했던 방법입니다. 세 사람은 지금 의대생이고, 자신들의 불안을 책 한 권에 기록으로 남겼습니다. 불안의 정체를 확인하는 법, 세 사람이 각자 찾은 방법 세 가지, 그리고 그래도 무너지는 날에 대한 이야기까지 담았습니다.
목차
- 불안의 정체부터: 나는 언제부터 숫자가 되었나
- 영서의 방법: 배의 키를 잡는다
- 지호의 방법: 남의 속도를 끈다
- 다인의 방법: 행복을 다시 정의한다
- 그래도 무너지는 날엔
- 이 이야기가 담긴 책
불안의 정체부터: 나는 언제부터 숫자가 되었나
시험 불안을 다루려면 먼저 그 불안이 어디서 오는지를 봐야 합니다. 전교 1등이었던 영서는 이렇게 적었습니다.
"작년에 의대를 간 선배의 성적, 내 주위 친구들의 점수, 각종 객관적 지표들 속에서, 나는 '나 자신'이 아니라 그냥 몇 가지 숫자로만 존재했다. 그렇다. 이 세상은 숫자를 정말 좋아했다." (본문 44쪽)
시험이 무서운 게 아니라, 그 숫자가 나를 통째로 대신하게 될까 봐 무서운 것. 세 사람의 기록이 공통으로 가리키는 불안의 뿌리는 여기였습니다. 그래서 아래 세 가지 방법은 전부 공부법이 아니라, 숫자에게 빼앗긴 자리를 되찾는 방법입니다.
영서의 방법: 배의 키를 잡는다
영서는 재수를 결정하고 나서야 처음으로 불안의 크기가 줄었다고 씁니다.
"재수 생활은 적어도 내가 만든 배를 내가 운전해 보려 애쓴 시간이었다." (본문 57쪽)
고등학교 3년이 남이 정한 항로였다면, 재수는 스스로 선택한 길이었습니다. 같은 공부, 같은 시험인데 불안의 무게가 달랐던 이유는 하나, 선택의 주체가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오늘 밤 해볼 수 있는 것은 거창하지 않습니다. 내일 계획 중에 남이 정해준 것 말고 내가 정한 것이 하나라도 있는지 보고, 없다면 하나를 내 손으로 정하는 것. 영서의 표현을 빌리면, 배 전체를 바꾸는 게 아니라 키를 잡는 일부터입니다.
지호의 방법: 남의 속도를 끈다
지호는 어릴 때부터 조용하고 느린 아이였습니다.
"그때의 나는 조용하고 평화로운 하루하루가 좋았다." (본문 99쪽)
수험 생활 내내 주변은 지호에게 더 빨리 가라고 말했지만, 지호는 결국 자기 속도를 지키는 쪽을 택했습니다. 비교가 만드는 불안은 비교를 멈춰야 줄어듭니다. 지호가 실제로 했던 방식은 남의 진도표가 아니라 어제의 자신과 비교하는 것이었습니다. 옆자리 친구가 문제집 몇 권을 풀었는지가 아니라, 내가 어제보다 한 걸음 갔는지만 보는 것.
다인의 방법: 행복을 다시 정의한다
다인은 목표하던 의대에 합격하고도 불안이 사라지지 않는 걸 겪은 사람입니다. 그래서 다인의 방법은 시험 너머를 봅니다.
"성공도 중요했지만, 나는 무엇보다 행복하고 싶었고 이를 위해 내겐 행복에 대한 재정의가 필요했다." (본문 216쪽)
다인이 실제로 했던 건 순서를 뒤집는 것이었습니다. 행복이 뭔지 막막하면, 반대로 내가 확실히 불행했던 순간부터 적어보는 것. 다인은 그 목록에서 "공부를 해야 한다는 강박에 스스로를 가두던 시간"을 발견했고, 거기서부터 행복의 정의를 다시 썼습니다. 시험은 인생의 문 하나이지 인생 전체가 아니라는 것을, 그 문을 통과해 본 사람이 기록으로 남겨두었습니다.
그래도 무너지는 날엔
방법을 알아도 무너지는 날은 옵니다. 영서에게는 두 번째 수능 성적표를 받던 날이 그랬습니다.
"숫자들은 차갑게 빛났고, 그 빛 속에서 내 꿈은 점점 희미해져 갔다." (본문 61쪽)
그날의 영서에게 그 성적표는 3년의 노력 전부를 지우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런데 지금 와서 보면 그날은 끝이 아니라 챕터 하나가 넘어간 날이었습니다. 그 다음 장의 제목이 '목표와의 작별인사'이고, 책의 마지막 장 제목이 '지나온 과거와 화해'인 것처럼요. 무너진 날은 기록해두면 언젠가 넘긴 페이지가 됩니다.
한 가지는 분명히 적어둡니다. 이 글은 경험의 기록이지 의학적 조언이 아닙니다. 불안이 잠과 식사, 일상을 계속 삼키는 수준이라면 그것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니, 전문가와 이야기해 보세요. 청소년상담전화 1388은 24시간 열려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