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9월 9일, 베스트셀러 사재기 혐의로 작가와 출판사 대표가 불구속기소됐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순위를 높이기 위해 사들였다고 검찰이 파악한 책은 1,631권입니다. 해당 도서의 분야별 주간 순위가 3·4위권에서 2·3위권으로 올라갔다는 내용도 함께 전해졌습니다.
책을 만드는 입장에서도 판매량은 중요합니다. 원고를 책으로 만들고 나면 그 책을 읽을 사람을 만나야 하니까요. 그래서 이번 사건에서 궁금한 것은 누가 사재기를 했느냐와 함께, 왜 순위에 드는 일이 책을 직접 사들이는 비용을 감수할 만큼 중요했느냐는 점입니다.

목차
- 작가와 책 이름은 공개됐을까
- 1,631권이 더해진 판매량을 독자는 구분할 수 있을까
- 순위에 들면 다시 독자를 만날 기회가 생깁니다
- 책을 소개할 때 순위 옆에 놓을 수 있는 것들
- 참고한 보도
작가와 책 이름은 공개됐을까
사재기한 작가나 출판사 이름을 찾고 있다면, 먼저 보도에서 확인할 수 있는 범위를 짚어둘 필요가 있습니다. 이 글을 쓰며 확인한 9월 9일 연합뉴스와 뉴시스 기사에는 작가가 A씨, 출판사 대표가 B씨로 표기돼 있습니다. 책 제목과 서점의 실명도 공개돼 있지 않습니다.
한 가지 더 구분할 점이 있습니다. B씨는 과거 A씨의 다른 책을 냈던 출판사의 대표입니다. 그가 운영하는 출판사는 이번 사재기 대상 도서의 출판과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보도됐습니다. ‘출판사 대표가 기소됐다’는 문장만으로 해당 책의 출판사가 사재기에 가담했다고 받아들이면 기사 내용과 달라집니다. 현재 보도된 절차 역시 불구속기소이며, 유죄가 확정됐다는 뜻은 아닙니다.
1,631권이 더해진 판매량을 독자는 구분할 수 있을까
검찰은 2024년 3월부터 7월까지 해당 도서 전체 판매량 1만 1,135권 가운데 1,631권이 순위를 올리기 위해 부당 구매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해당 서점에는 같은 회원이 같은 날 여러 권을 구매할 때 한 권으로 집계하는 등의 방지 장치가 있었습니다. 다만 검찰은 이번 사건과 같은 비회원 현장 구매 방식의 사재기를 점검하는 제도는 미비했다고 봤습니다. 이 설명은 이번에 보도된 서점의 사례에 관한 것이며, 모든 서점이 같은 방식으로 판매량을 집계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베스트셀러 목록을 보는 독자는 이런 구매 내역까지 알기 어렵습니다. 순위에 오른 책을 보면서 먼저 읽은 사람이 많겠거니 생각할 수는 있지만, 그중 몇 권이 실제로 읽으려는 사람에게 갔는지는 순위에 함께 표시되지 않습니다. 사재기가 섞였을 때 생기는 문제는 여기서 시작됩니다. 책을 고르는 데 참고한 판매량이, 독자가 기대한 선택의 결과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순위에 들면 다시 독자를 만날 기회가 생깁니다
처음 보는 작가의 책 앞에서 무엇을 읽을지 결정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제목이 눈에 들어올 수도 있고, 아는 사람의 추천이 떠오를 수도 있습니다. 베스트셀러 목록 역시 여러 책 가운데 먼저 살펴볼 책을 좁히는 방법이 됩니다. 순위를 참고해 책을 골랐다는 이유로 독자의 선택이 가벼워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게 먼저 살펴보는 책에 포함될 수 있다는 점이 출판사에는 중요합니다. 이번 사건에서도 검찰은 베스트셀러 선정이 상당한 홍보 효과를 낼 수 있고, 사재기가 광고비를 지출하는 것보다 효과적인 홍보 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판매량이 쌓여 순위가 오르면, 그 목록을 보고 다른 독자가 책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검찰이 문제 삼은 것처럼 순위를 올리기 위한 구매가 먼저 들어가면, 뒤에 온 독자는 판매량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알 수 없습니다. 다음번에도 그 순위를 책 선택의 근거로 삼아도 되는지 망설일 수 있습니다.
책을 소개할 때 순위 옆에 놓을 수 있는 것들
이런 사건이 있었다고 해서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른 책 전체를 의심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많이 읽힌 책 가운데 오래 좋아하게 된 책이 있을 수 있고,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은 책이라도 내게는 잘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순위 하나로 책의 좋고 나쁨을 가를 수 없다는 이야기는 양쪽에 모두 해당합니다.
출판사가 책을 소개할 때도 판매량 외에 독자가 살펴볼 내용을 충분히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목차에 어떤 질문이 담겼는지, 본문에서 그 질문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다루는지, 저자가 직접 겪은 일과 다른 자료에서 가져온 설명은 어떻게 구분돼 있는지 같은 것들입니다. 좋은 책이라는 소개만 읽을 때보다 본문 몇 쪽을 함께 읽을 때, 내게 필요한 책인지 판단할 여지가 더 생깁니다.
후기도 마찬가지입니다. 별점이나 칭찬의 개수와 함께, 어떤 대목이 좋았고 어디가 기대와 달랐는지 적힌 글을 읽으면 책의 모습을 조금 더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독자가 구매 전에 긴 조사를 해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책을 내놓는 쪽에서 먼저 보여줄 수 있는 것을 보여주자는 생각에 가깝습니다.
에테르니의 첫 책 『나이팅게일은 죽었다』는 2018년 출판사 홈페이지에서 독자를 만나기 시작했습니다. 그 과정은 출판사 소개에 적어두었습니다. 지금 이 홈페이지에도 두 책에서 시작된 읽을거리를 싣고 있습니다. 병동에서 있었던 일이나 입시를 지나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먼저 읽어보고, 더 궁금해진 책이 있다면 책 소개로 이어서 살펴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독자의 선택으로 보이는 광고
검찰은 이들이 사재기로 베스트셀러 순위에 드는 편이 광고비를 지출하는 것보다 효과가 크다고 보고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습니다. 그렇다면 검찰이 문제 삼은 1,631권은 읽으려는 사람의 필요에서 생긴 판매가 아니라, 광고 효과를 얻기 위해 이루어진 구매였습니다. 그런데 서점의 순위 안에서는 이 책들이 다른 판매와 구분되지 않았습니다.
베스트셀러라는 이름이 갖는 힘은 출판사가 직접 붙이는 홍보 문구와 다릅니다. 먼저 책을 고른 독자들이 있었다는 믿음이 따라오기 때문입니다. 순위를 올리기 위한 구매가 그 믿음을 빌려 다시 다른 구매를 불러왔다면, 책을 고르는 사람이 참고한 정보의 성격도 달라집니다.
출판사가 할 일은 책을 높은 자리에 올려놓는 데서 끝나지 않습니다. 이 책이 왜 필요한지 설명하고, 목차와 본문을 보여주고, 읽은 사람의 반응을 기다리는 과정이 남습니다. 원하는 속도로 팔리지 않을 때도 있겠지만 그 시간을 출판사가 사들인 숫자로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이번 사건에서 문제로 남은 것은 1,631권이라는 숫자의 크기만이 아닙니다. 순위를 높이기 위한 구매가 다른 판매와 섞이고, 독자의 선택인 것처럼 베스트셀러 목록에 놓였다는 점입니다.
참고한 보도
- 최재훈, 「“베스트셀러 순위 올리려고”…1천600권 사재기한 작가 기소」, 연합뉴스, 2026.9.9. 기사 원문
- 김도희, 「‘베스트셀러 순위’ 높이려 책 사재기, 작가·출판사 대표 기소」, 뉴시스, 2026.9.9. 기사 원문
에테르니 · 편집자의 시선
